지난해 7월 성매매 행위로 기소된 여성 김모(41)씨가 ‘성매매특별법’이 인격권,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불리한 진술 거부권 등을 침해하고, 대다수 선진국가의 성매매 비범죄화에 역행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오 판사는 결정문에서 “자발적 성 판매 행위가 비도덕적이라도, 교화가 아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최후수단성을 벗어나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며 “착취나 강요 등이 없는 성인 간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는 형벌권 행사로써 개입해서는 안 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변화된 사회 가치관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여성계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성폭력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를 주장해왔던 여성계는 10일 논평을 통해 법원이 “성착취 행위로서 성매매와 개인 간의 성행위를 혼돈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논평에서는 “성산업의 엄청난 규모와 착취, 여성들의 인권침해 상황, 성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선택권이 제한된 여성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성매매를 마치 개인 간의 자유로운 성행위로 혼돈”하고 있다며 “자발과 강제의 이분법적 접근으로 성매매특별법의 제정 목적과 취지를 호도함으로써 일반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성매매에 관한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사고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신박진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성매매 자체를 ‘자발’과 ‘비자발’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성매매를 개인 간의 자유로운 거래로 본다면 성매매 자체가 범죄가 아니라고 인정해버리는 것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박 대표는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학 법학과 교수는 “법조계에 성적자기결정권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 교수는 “성매매와 개인의 성적 자유는 별개의 문제다. 성매매는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권력의 문제이며 남을 속이거나 돈을 주는 행위가 성적자기결정권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덧붙여 “이런 식으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면 성희롱에 대해서도 지나친 표현의 규제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