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의 행복한 노년] 대한민국의 민낯 '노인 성매매'　　

인천금빛평생교육봉사단 자문위원

2015년 07월 15일 수요일

도대체 84세의 여성 노인이 '성매매피해자'로 적발되었다니 세상에는 평범한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많다. 최근 이른바 노인 성매매의 온상이라는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에서 경찰은 성매매 협의로 37명의 '박카스아줌마'들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 60대 이상의 생계형 매춘이 대부분으로 '박카스할머니'들의 등장은 이미 고령화 사회의 당혹스러운 노년 풍속도가 됐다. 가난 탓에 성매매에 뛰어든 '자신의 성을 파는 한국의 할머니들'이란 제목으로 종로3가 공원 등에서 활동하는 '박카스할머니'들의 낯 뜨거운 현장을 취재한 영국 공영방송 BBC의 보도가 방영된 것도 지난해 이맘때였다. 

우리나라는 모든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2004년 9월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성을 매수 또는 매매하거나 알선한 자 모두를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 또는 알선 받는 대상이었다. 성에 있어서도 여성은 남성의 지배를 받아 왔기 때문에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간주하고, 성적 착취행위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매춘 여성들을 국가가 보호하고 지원하겠다는 성매매특별법에 성매매피해여성 당사자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의 성 매매자 모두를 처벌한다는 내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고 심판이 진행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강요되지 않은 성매매로서 성매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합헌 측은 성매매의 확산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대부분 성매매를 불법화하여 금지하고 있지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은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고 개인 간의 자유로운 거래로 비범죄화 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국가가 규제하는 공창제를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 폴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 또는 착취로 규정하고 성 구매자를 처벌하는 부분적 금지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등 국가마다 성매매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위헌 주장은 아마도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일 것이라고 이해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춘은 성적 욕구의 충족보다는 궁핍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영국 웨스트엔드의 최장기 공연기록을 세우고 있는 빅토르 위고 원작의 대형 뮤지컬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 : 불쌍한 사람들)이 초연 후 30년을 맞았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옥살이를 했던 장발장이 사랑한 팡틴은 실직한 후, 어린 딸 코제트를 키우기 위해 창녀가 된다.

동네 홀아비에 80원에 팔려간 복녀는 김동인의 단편 '감자'에 등장하는 생계유지형 매춘의 주인공이다. 부부의 윤리의식을 헌 신짝처럼 내던지고 매춘을 조장하는 남편에 의해 복녀는 가난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었지만 왕서방의 손에 생을 마감한 가부장제의 희생양이었다.

김유정의 '소낙비'에는 남편의 노름 밑천을 대고, 학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강요된 매춘을 받아들이는 남편 춘호의 아내가 있다. 1920～30년대의 문학작품은 궁핍한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는 부부 가치관의 혼동을 매춘으로 표현했다.  
나도향의 '뽕'에 등장하는 노름꾼의 아내 안현집(댁)은 황금만능주의의 표상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정조마저 내팽개치고, 수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서슴없이 제공하는 매춘 비즈니스 방식도 나타나고 있다. 안현집은 '돈만 있으면 서방도 있고, 먹을 것 입을 것이 다 있지'라고 했지만 결국 인생의 가치 앞에 초라해져 갔다. 
매춘은 가장 오래된 인류 문명의 역사를 지닌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2000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방탕의 도시 폼페이에도 매춘소 루파나르가 있었다. 고린도 아프로디테 신전에도 매춘이 성행했다. 매춘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생존해온 셈이다.

노년의 성 생활은 정년이 없다고 한다. 성적 욕구는 노년과 상관없이 지속된다. 성 욕구는 의식주와 함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위치한다. 성은 아름다워야 한다. 하지만 생계수단이라고 고백한 팔순을 넘긴 할머니의 매춘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기형적인 노인 매춘문화의 최대 위기는 목숨까지 위협하는 위생 부재와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현실이다.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처럼 노인의 성 교육 프로그램이 반드시 강제되어야 한다. 영국처럼 모들린 홈(maudlin home, 창녀 생활을 그만둔 여성들이 모여 사는 쉼터) 등을 확대 운영해야 한다. BBC가 지적한대로 노인 스스로도 매음 가격은 저렴하지만 '인간적인 온기는 얼마를 지불해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노인들의 허망함과 상실감을 달랠 건전한 만남의 장소를 정비하고 수준 높은 여가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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