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의 위헌성 여부를 두고 첫 공개변론이 열리면서 성매매특별법 찬반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번 성매매특별법 위헌성 여부는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는 조항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나면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 또한 위헌이 될 확률이 높으며 결국 공창제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위헌성 문제의 핵심은 성매매에 대한 처벌 조항이 성적 자기결정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위헌제청을 신청한 서울북부지법 역시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인 간의 성행위는 성적 자기 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성매매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간통제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위험하다. 간통제 위헌 당시 헌법재판소는 "성인이 서로 자발적으로 만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사회의 건정한 성풍속을 해칠 때 비로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성매매는 성인이 자발적으로 만나 성행위를 하는 개인의 자유 영역이 아니다. 성매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단적인 성의 상품화이며 이미 거대 산업이다.

무엇보다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대표되는 성매매여성의 자발성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선불금이 없다고 하여 자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집이 찢어지게 가난하지 않다고 해서 자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사회적 낙인을 감수하면서까지 성매매를 지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발적 성매매, 비생계형 성매매는 없다. 성매매 여성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성매매를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성매매에는 비자발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돈을 매개로 하는 성매매는 극단적 권력관계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성매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격을 포기하고 성구매자의 처분에 따르는 행위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의 개인적 욕망, 성적 자기결정권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을 개인 선택의 문제, 그에 따른 개인 책임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결국 이것은 사회구조의 문제를 묵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때 열정페이가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열정페이 역시 개인이 선택한 것이다. 개인의 선택임에도 이를 정당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성매매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의 문제,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의 성매매특별법 위헌에 대한 논의가 성매매 여성을 위한 논의인지, 남성의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만들어주기 위한 논의인지 의심스러워지는 것은 삐딱한 나의 생각일까?

성매매 여성들의 자발성, 성적 자기결정권을 운운하며 성매매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의 삶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성매매를 허용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성매매로 내몰리는 여성들에게 성매매도 또 하나의 직업이라며 보장해주는 것보다 여성들이 성매매로 유입되지 않도록 경제적 자립과 신체적 안전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