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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이어폰을 꽂고 허리춤에 무전기를 찬 웨이터 10여명이 골목을 지나가는 취객들을 붙들고 호객 행위에 분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범죄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한 지난 15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풀살롱촌(村)' 풍경이다. 풀살롱은 룸살롱과 성매매 숙박업소를 한 건물에 모아 놓은 유흥업소를 뜻한다. S풀살롱은 지난 7일 경찰에 적발됐지만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이 업소 '박상무'는 단속이 무섭지 않다고 했다. 그는 "형님들(경찰들)이 뜨면 우리가 바로 무전 날리고 몸으로 막아줍니다. 박근혜(대통령)가 우리를 못살게 구는데, 지나가는 소나기는 잠시 피하면 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취재팀이 찾은 풀살롱 6곳은 단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객꾼까지 동원해 보란 듯이 영업하고 있었다. 10층짜리 빌딩 전체를 '원스톱 성매매센터'로 사용하다 적발된 M풀살롱은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업주를 잡으러 다니는데도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업소 관계자는 "우리 가게는 한 번도 문을 닫아본 적이 없다"고 했고, 인근의 다른 풀살롱 관계자도 "관(官)도 여론 때문에 날 잡아서 가끔 터는데(단속하는데) 우리는 최근 한 번 당했기 때문에 1년 이상은 괜찮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속도 느린'공권력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단속에 걸려도 수사와 영업정지(행정처분)로 이어지는 긴 기간 동안 영업하는 데는 아무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9일 경찰에 단속된 V풀살롱은 경찰 수사→검찰 송치→행정처분 사전 통지→영업정지 공문 발송(4월 24일)까지 105일이 걸렸다. 이 풀살롱은 1개월간의 영업정지가 풀리는 오는 24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 강남구청 측은 "풀살롱 업주들은 보통 혐의를 부인하면서 시간을 끌기 때문에 경찰 수사에만 한두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연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는 초대형 풀살롱은 한 달 영업정지나 벌금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는 죽을 힘을 다해 잡는데 영업정지는 보통 한 달밖에 안 떨어지니 풀살롱이 근절되지 않는다"며 "호객꾼들이 사실상 우리를 비웃는 것도 이런 약한 처벌 때문"이라고 말했다.

19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은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간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 14곳(풀살롱 10곳, 모텔 4곳)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업주와 종업원, 성매수 남성 등 8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업주들이 챙긴 불법 수익금이 약 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