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입력 2013-05-07 14:33

【서울=뉴시스】한정선 기자 = 인터넷에서 아동과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제안하는 유인 행위만 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7일 경찰대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4대 사회악(가정폭력·학교폭력·성폭력·불량식품) 근절을 위한 경찰의 역할' 세미나에서 '아동유인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의 아동 성폭력 수사는 사건 이후 혹은 행위 순간의 증거를 확보해야만 범죄자를 검거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범행 정보를 미리 입수해도 아동의 피해는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영국·호주·스웨덴·싱가포르의 경우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를 막기 위해 범행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전 정보만으로도 검거와 처벌이 가능한 아동유인방지법(Anti-Grooming Law)을 도입·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이유를 들어 이 교수는 아동 성범죄를 사전에 막기 위한 유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여성가족부가 유도수사를 법제화하겠다고 한 것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랜덤 채팅이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온상이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미성년자를 가장해 성매수 남성을 유인하지 않고서는 온라인 성매매 사범을 검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 사례나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경찰의 유도수사는 앞으로 활성화 될 것"이라며 "아동유인방지법이 채택되면 성매매를 제안하는 남성들에게 보다 높은 처벌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경찰의 4대악 척결 과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가정 폭력 가해자를 의무적으로 체포·구속하는 '체포 우선주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지금도 현행범을 체포해 조사, 임시조치 청구 등을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재범을 억제하려면 체포우선주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현숙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상임대표는 경찰이 성폭력 수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2차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수사관이) '그런데 왜 즉시 신고 안했나요?' '왜 저항하지 않았어요. 충분히 소리 지를 수 있었잖아요?'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무총장은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사무총장은 "청소년을 보호와 관용의 대상에서 책임의 주체로 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독일 등에서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등 소년 범죄에 대해 불관용 엄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j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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