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대표로부터 술접매 및 성접대 강요에 시달려왔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장자연씨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진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일명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검찰은 당시 술접대와 성접대 강요 여부와 수사미진 여부에 대해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에 한계가 드러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장씨의 유서 내용에 따라 강제성에 초점을 맞출 경우 공소시효가 연장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 “강제성 증명에 따라 공소시효 달라질 수 있어”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배우 고 장자연 씨의 사망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지난 2일 결정했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주장한 술접대와 성접대 강요 여부, 경찰과 검찰의 수사 미진 및 외압에 대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해 전 조선일보 출신 기자 A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강제추행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와 달리 강요죄와 성매매는 각각 공소시효가 7년과 5년으로, 소속사 대표와 장씨와 잠자리를 가졌던 인물들은 처벌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씨가 남긴 유서에는 소속사 대표로부터 술접대와 성접대를 지속적으로 강요받았다고 적혀있었다. 또한 지인에게 남긴 편지에도 자신과 잠자리를 가졌던 인물들에 대해 꼭 복수해 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계기획사 대표, 드라마 감독(PD) 등 총 31명의 이름이 담겼다.

장씨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김 사장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악마들이야. 변태 XX들 크게 혼내줬음 좋겠어”라며 “금융업체 간부, IT업체 대표, 일간지 신문사 대표는 꼭 복수해줘. 내 몸에 X같은 짓 다하고...”라고 적었다. 장씨는 평소 소속사 대표 김씨로부터 머리를 맞는 등 폭행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김씨는 장씨에 대한 폭행을 인정했다.

이에 일반 강요죄 및 성매매가 아닌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법률 제18조(벌칙)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한 사람 ▲위계 또는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곤경에 빠뜨려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한 사람 ▲친족·고용관계 등 다른 사람을 보호·감독하는 것을 이용해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한 사람 등을 처벌하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성매매를 했을 경우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산하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자문 변호사인 선종문 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공범 여부를 증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아야 한다”면서 “9년 만에 재조사에 착수한 만큼 기존과는 달리 다양한 혐의들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강제추행 혐의 당사자만 불구속 기소가 됐는데, 강제추행은 물론 성매매도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고 장자연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찰과 검찰의 수사 미진 및 외압에 대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 검찰, 자신들 과오 들춰낼 수 있을까

검찰은 이번 사건의 재조사를 통해 경찰과 검찰의 수사미진에 대해서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경찰보다 검찰이 더욱 수사에 소극적이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찰 역시 41명의 전담팀을 꾸려 40일 넘게 수사했음에도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씨도 조사하지 않고 언론사 고위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술접대, 강제추행,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금융인 3명, 기업인 1명, 드라마 PD 2명, 연예기획사 대표 1명,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씨와 전 매니저 유씨 등 9명을 입건했다. 그러나 검찰은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 폭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장씨의 소속사 동료였던 A씨도 최근 JTBC <뉴스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검찰이 가해자의 말을 더 믿는 것 같았다”면서 “사건이 덮이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수사기관 관계자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수사가 최종 마무리가 될 때까지 장씨 리스트에서 거론되고 있는 재벌가 오너들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나리 기자  spot@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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