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매매 단속 투신 사망자 자녀에 배상

경찰 과실…"여경 동행 필요해"

경남도민일보. 민병욱 기자 min@idomin.com 2018-02-26

성매매 단속 중 여성이 투신해 사망한 사건에 대한 경찰 과실을 인정한 판결이 또 나왔다. 숨진 여성의 아버지에 이어 자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영학)는 숨진 ㄱ 씨(당시 25세) 자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ㄱ 씨는 지난 2014년 11월 25일 통영시 한 모텔 6층에서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적발되자 스스로 몸을 던져 숨졌다. 당시 경찰은 손님으로 위장해 '함정단속'을 벌였고, 모텔에서 만난 ㄱ 씨를 현행범으로 적발했다. ㄱ 씨는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한 뒤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었다. 당시 6명이 단속에 나갔지만, 여성 경찰은 없었고, 투신에 대비한 조치도 없었다.

재판부는 당시 25세였던 ㄱ 씨가 60세까지 일했을 때 예상 소득인 3억 8064만 원의 30%인 1억 1419만 원과 위자료 4500만 원 등 총 1억 5919만 원을 ㄱ 씨의 자녀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매매를 단속 시 여성의 신체 등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지하고자 여경이 함께 출동해야 한다"며 "또 경찰은 ㄱ 씨가 자살·자해 등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는 만큼 ㄱ 씨의 행동을 세심히 감시해 우발적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ㄱ 씨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단속이 이뤄진 장소 구조 등 위험 요소를 미리 검토해야 하는데도 이런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다만, 이번 사고는 ㄱ 씨가 경찰관의 주의를 돌린 후 창문으로 도망치려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ㄱ 씨 아버지는 지난 2016년 '함정단속으로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낀 여성을 극단으로 몰아갔다'며 국가를 상대로 5000만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법원은 이 소송에 대해 지난해 6월 '국가는 원고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성매매 문제 핵심은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을 이룬 성착취 구조와 시스템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알선조직과 수요자"라며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성매매 단속 관행을 바꾸고 성매매 여성 인권보장을 촉구하기도 했다.